[독자 마당] 미국 초등학교 체험
1976년 한국에서 텍사스주 포트워스로 이주했다. 이사 직후 새 학기가 시작된 탓에 딸 에스더는 초등학교 3학년에 입학했다. 그런데 에스더는 아침마다 학교에서 나의 치맛자락에 매달려 울며 한국으로 돌아가자고 떼를 부렸다. 나는 하나님께 의뢰하는 마음뿐이었다. 우리 모녀의 상황을 눈치챈 담임 선생님은 어느 날 나도 에스더와 함께 교실에 들어오라고 하는 것이었다. 뜻밖의 호의 덕분에 교실에서 딸 옆에 앉아 통역해 주면서 딸의 공부를 도울 수 있었다. 선생님은 때때로 “미세스 이, 읽어 보세요”라고 했고, 나는 주저하지 않고 책을 읽었다. 마치 미국 초등학교 3학년이 된 기분이었다. 점심도 식당에서 아이들과 함께 먹었다. 쉬는 시간마다 아이들에게 “산 토끼 토끼야‘ ’나비야, 나비야‘ 노래와 율동을 가르쳤다. 그때 쉬는 시간이 기다려진다던 아이들 모습이 눈에 선하다. 어느 날 담임 선생님은 느닷없이 에스더의 피아노 독주회를 하자고 제안했다. 언젠가 에스더가 피아노를 친다고 말 한 것을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다. 생각지도 못한 제안에 너무나 고마웠다. 드디어 그날이 왔다. 전교생이 모인 강당에서 피아노 앞에 선 에스더는 인사를 하고 연주를 시작했다. 연주는 자신만만하게 이어졌고 박수와 환호가 쏟아졌다. 그 후 에스더가 학교 운동장에 나가면 여기저기서 부르는 소리가 들리곤 했다. 이때부터 에스더의 갈등도 없어졌다. 나도 딸과 함께했던 초등학교 교실에서의 생활을 중단할 수 있었다. 딸 덕분에 미국 초등학교 학생 체험을 했고, 지금도 아름다운 추억으로 간직하고 있다. 담임 선생님의 친절과 사랑, 배려의 고마움을 평생 잊을 수가 없다. 이제 어엿한 사회인으로 성장한 딸의 모습을 쿠퍼 선생님에게 보여 드릴 수 있다면…. 이영순·샌타클라리타독자 마당 미국 초등학교 초등학교 체험 초등학교 교실 초등학교 학생